지옥의 덫, 캄보디아 취업사기: 고문당해 주검으로 돌아온 20대 대학생의 전말

1. “엄마, 박람회 다녀올게”… 지옥으로 향한 마지막 인사

지옥의 덫, 캄보디아 취업사기
지옥의 덫, 캄보디아 취업사기: 고문당해 주검으로 돌아온 20대 대학생의 전말 2

20대 대학생 A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청년들을 노리는 악랄한 범죄, 캄보디아 취업사기의 희생양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17일, 그가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는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더욱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 이 말 속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작은 설렘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향한 캄보디아는 기회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영혼까지 착취하는 현대판 ‘킬링필드’였습니다.

3주 뒤, A씨는 캄보디아에서도 외딴곳으로 악명 높은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캄보디아 경찰이 사망진단서에 적어 넣은 사인은 ‘심장마비’. 하지만 그 뒤에 붙은 서늘한 부연 설명,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라는 여섯 글자는 이 사건이 단순한 돌연사가 아님을, 한 청년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겪었을 끔찍한 고통을 묵직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불운한 비극으로 치부할 수 있는 사건이 결코 아닙니다.

2. 지옥의 덫, 캄보디아 취업사기의 설계

A씨는 어떻게 머나먼 타국의 범죄 조직에 붙잡혀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까요? 경찰 수사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재구성해보면, 마치 개미귀신이 파놓은 함정처럼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의 단계가 드러납니다.

1단계: 유인 – 한국에 도사린 ‘인간 브로커’

모든 비극의 씨앗은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대한민국 땅에서 뿌려졌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내국인 ‘대포통장 모집책’들은 이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의 ‘인사팀’이자 ‘영업팀’입니다. 그들은 SNS, 구인구직 사이트, 지인 소개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30대 청년들에게 접근합니다.

“해외 숙식 제공, 월 1,000만 원 보장”, “블록체인 관련 단순 사무직”, “항공권 전액 지원, 해외여행 겸 돈 버는 기회”. 이런 달콤한 유혹은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합니다. A씨 역시 이런 제안을 ‘단순 대포통장 명의 대여’나 ‘합법적인 해외 취업’의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피해자가 의심하지 않도록 철저히 합법적인 회사의 외피를 두르고, 심지어는 가짜 사업자등록증까지 보여주며 신뢰를 쌓습니다.

2단계: 고립 –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당신은 ‘상품’이 된다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것은 돌변합니다. 마중 나온 조직원들은 친절한 안내인을 가장해 여권과 휴대폰을 자연스럽게 건네받습니다. “현지 등록 및 개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그들의 말에 의심 없이 응하는 순간, 피해자는 외부 세계와 완벽히 고립된 ‘상품’으로 전락합니다.

그때부터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량에 실려 A씨가 발견된 깜폿 같은 외딴 지역의 감금 시설로 이동합니다. 철창과 CCTV로 둘러싸인 숙소는 호텔이 아닌 감옥입니다. ‘박람회’나 ‘사무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주식 투자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콜센터의 작은 책상뿐입니다.

3. 지옥의 메커니즘: 인간을 ‘돈 버는 기계’로 만드는 법

감금 시설 내부는 철저한 통제와 비인간적인 착취가 일상화된 곳입니다. 범죄 조직이 한국 청년들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현지까지 데려오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인 프리미엄’과 강제 노동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칠 때 성공률은 월등히 높아집니다. 어눌한 외국인 말투가 아닌, 자연스러운 한국어와 최신 유행어,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피해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피해자들은 매일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같은 민족의 피를 빨아먹도록 강요당하는 셈입니다. 실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즉각적인 폭력과 고문이 뒤따릅니다.

폭력과 고문의 ‘사업적 목적’

이들에게 폭력은 단순한 분풀이가 아닌, 철저히 계산된 ‘사업 관리’ 수단입니다.

  • 통제 수단: 반항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려는 의지를 꺾고, 절대적인 공포를 심어 복종하게 만듭니다.
  • 실적 압박: 고통을 통해 피해자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어떻게든 사기 실적을 내게 만듭니다.
  • 가족을 향한 현금화: 피해자를 고문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냅니다. “아들이 도박 빚을 졌다”, “사고를 쳐서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과 함께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협박합니다. A씨 가족이 5천만 원을 요구받은 것이 바로 이 단계입니다. 피해자는 조직에게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마지막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A씨의 죽음은 아마도 이 과정에서 조직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받아내지 못했거나, 고문의 강도가 극심했음을 시사합니다.

4. 끝나지 않은 비극: 캄보디아 취업사기, 왜 멈추지 않는가?

A씨의 비극은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신이 캄보디아 정부의 복잡한 행정 절차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두 달 넘게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고 복합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자식의 시신조차 거두지 못하고 애태우는 가족의 심정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무력하게 방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는 2023년 220건, 2024년 8월까지 330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감금되어 고통받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A씨들의 비명입니다. 이번 캄보디아 취업사기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내 모집책 일부를 검거하는 것을 넘어, 캄보디아 정부와의 강력한 외교적 압박과 국제 사법 공조를 통해 현지 범죄 조직의 뿌리를 뽑을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가?
  •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청년들이 왜 이토록 허황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가?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미래와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가?
  • 당신은 안전한가?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습니다. 상식 밖의 고수익 제안은 100% 범죄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주변에 알려야 합니다.

한 청년의 꿈은 캄보디아의 낯선 땅에서 잔인하게 짓밟혔습니다. 그의 죽음이 그저 안타까운 사건 기사 하나로 잊혀서는 안 됩니다. 이 비극을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청년들을 노리는 악랄한 범죄의 사슬을 끊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남긴 무거운 질문에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때입니다.

5. 지옥의 문을 잠그는 5가지 철칙: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법

A씨의 비극은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끔찍한 범죄의 예방법을 알고 또 알려야 합니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다음 희생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5가지 철칙은 당신이 해외 취업사기라는 지옥의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 있게 만드는 생명의 자물쇠입니다.

철칙 1: ‘상식’이라는 최고의 감지기를 믿어라

범죄자들은 당신의 욕망과 불안을 파고듭니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제안에는 반드시 독이 숨어있습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100% 사기입니다.

  • 비정상적인 고수익: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 없이 “월 1,000만 원 보장”, “몇 달 만에 억대 연봉” 등의 문구를 사용한다면 즉시 차단하십시오. 세상에 그런 일자리는 없습니다.
  • ‘묻지마’ 채용: 정식 이력서나 화상 면접 등 정상적인 채용 절차 없이, “누구나 가능”, “성실하기만 하면 됨” 등의 말로 쉽게 채용을 결정한다면 명백한 사기입니다.
  • 불분명한 업무 내용: “온라인 마케팅”, “고객 관리”, “단순 사무” 등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말로 업무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한다면 실제 업무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철칙 2: 교차 확인(Cross-Check)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금이라도 미심쩍다면, 당신이 직접 ‘탐정’이 되어야 합니다. 귀찮더라도 반드시 아래 과정을 거쳐 회사의 실체를 확인하십시오.

  • 기업 실존 여부 확인: 채용을 제안한 회사의 이름, 주소, 연락처를 받아 구글 맵과 같은 위성 지도로 실제 그 주소에 건물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사업자등록번호를 요구해 국내 및 현지 정부 사이트에서 정상적인 기업인지 조회해야 합니다.
  • 공식 채널 확인: 포털 사이트에 회사 이름을 검색하여 공식 홈페이지, 언론 보도, 관련 후기 등을 꼼꼼히 살펴보십시오. SNS 메시지나 비공식 채널로만 연락을 시도하는 회사는 무조건 의심해야 합니다.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확인: 출국하려는 국가의 여행 경보 단계를 확인하고, 외교부 사이트에 해당 유형의 취업사기에 대한 경고나 공지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철칙 3: ‘개인정보’와 ‘돈’, 먼저 요구하면 무조건 사기다

정상적인 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필수적이지 않은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 금전 요구: “비자 발급비”, “항공권 보증금”, “현지 숙소 계약금”, “업무용 휴대전화 대금” 등 어떤 명목으로든 먼저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면 100% 사기입니다. 모든 비용은 합격 후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 개인정보 요구: 채용 확정 전인데도 불구하고 여권 사본 전체, 주민등록등본, 은행 계좌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 민감한 금융·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범죄에 악용하려는 목적입니다.

철칙 4: 당신의 ‘신분증’은 생명이다

해외에서 당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은 여권입니다. “현지 등록에 필요하다”, “회사에서 보관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여권을 타인에게 맡기는 순간, 당신은 모든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감금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여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철칙 5: ‘공유’하고 ‘상의’하라, 혼자 결정하지 마라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는 바로 당신의 ‘주변 사람들’입니다.

  • 가족·친구에게 모든 과정을 공유: 어떤 회사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았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든 과정을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게 투명하게 공유하십시오. 객관적인 시각에서 위험 신호를 발견해 줄 수 있습니다.
  • 공식 기관에 문의: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외교부 영사콜센터 등 공식 기관에 해당 회사와 채용 공고에 대해 문의하십시오.

※ 출국 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마지막 질문 (Red Flag Checklist)

위 질문 중 단 하나라도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면,
그 비행기 티켓은 지옥행 편도 티켓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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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 캄보디아 안전여행 공지
    • 링크: https://www.0404.go.kr/dev/country_view.mofa?idx=239
    • 내용: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의 캄보디아편입니다. 취업 사기, 감금 등 최신 범죄 동향과 피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수칙, 현지 비상 연락처 등 가장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캄보디아 방문 시 유의사항’을 통해 정부의 공식적인 경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KBS 뉴스 – [추적60분] 청년들을 노린다! 신종 해외 취업 사기
    • 링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4902
    • 내용: 공영방송 K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60분’에서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취업 사기의 실태를 심층 취재한 보도입니다. 실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범죄 조직의 수법, 현지 상황 등을 영상과 함께 자세히 다루고 있어 사건의 심각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경향신문 – ‘월 1000만원’ 유혹에···캄보디아行 20대男, 고문당해 숨졌다
    • 링크: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111122001
    • 내용: 블로그 글에서 다룬 20대 대학생 사망 사건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기사입니다. 사건의 발생 경위, 경찰의 수사 상황, 유족의 입장 등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이 기사를 통해 블로그 글의 내용이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