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세기의 이혼’: 최태원 노소영 이혼소송 10년의 기록과 미래

2025년 10월 16일,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최태원 노소영 이혼소송이 대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2심의 1조 3,808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재산분할 판결로 ‘세기의 이혼‘이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것은 소송의 끝이 아니라, ‘노태우 비자금‘이라는 핵심 쟁점에 대한 새로운 법적 잣대와 함께 시작될 또 다른 라운드를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부부의 이혼을 넘어 SK 경영권까지 흔들었던 이번 세기의 이혼은 대한민국 재벌의 지배 구조, 정경유착의 역사, 부부 공동재산의 법적 정의에 대한 거대한 담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소송의 10년간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심도 있게 되짚어보고,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앞으로의 쟁점을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끝나지 않은 '세기의 이혼': 최태원 노소영 이혼소송 10년의 기록과 미래
끝나지 않은 '세기의 이혼': 최태원 노소영 이혼소송 10년의 기록과 미래 2

1막: 파국의 서막 (2015년 ~ 2017년)

모든 것의 시작은 2015년 12월, 최태원 회장이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였습니다. 그는 노소영 관장과의 결혼 생활이 오래전부터 파탄에 이르렀으며,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 앞에 고백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재벌 총수의 사생활이 공론의 장으로 나오는 신호탄이었습니다.

당시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혼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7월, 최 회장은 결국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법적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양측의 조정이 불발되자, 소송은 정식 재판으로 이어지며 길고 긴 법적 다툼의 막이 올랐습니다.

2막: 1심, ‘특유재산’의 견고한 벽 (2019년 ~ 2022년)

소송의 핵심 쟁점은 처음부터 ‘재산분할’,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의 지주회사 SK㈜ 주식의 성격이었습니다.

  • 최태원 회장 측 주장: SK㈜ 주식은 아버지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 즉 ‘특유재산’이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며, 노 관장이 이 주식의 가치 상승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노소영 관장 측 주장: 결혼 생활 30여 년 동안 내조를 통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으며, 따라서 SK㈜ 주식 또한 부부가 공동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2022년 12월 6일, 1심 재판부(서울가정법원)는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 665억 원을 판결했습니다. 이는 노 관장이 요구했던 1조 원대 재산분할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으로, 사실상 최 회장의 완승이었습니다.

3막: 2심, ‘노태우 비자금’과 극적인 반전 (2024년 5월)

1심 패소 후 항소한 노 관장 측은 재판 전략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노 관장 측은 1990년대 초,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이었던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약 300억 원의 비자금을 건넸고, 이 돈이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고,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는 과정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노 관장의 부친이 제공한 자금과 정치적 영향력이 SK그룹 성장의 결정적 발판이 되었으므로, 현재 SK㈜ 주식 가치에 자신의 기여가 명백히 포함되어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2024년 5월 30일,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이 주장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며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그룹에 유입되어 기업 가치 증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SK㈜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인정하고,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 1조 3,808억 원이라는 대한민국 이혼 소송 역사상 전무후무한 액수를 판결했습니다. 사회는 이 엄청난 반전에 경악했고, 이는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까지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판결로 평가받았습니다.

4막: 대법원, ‘불법’의 족쇄를 채우다 (2025년 10월)

세간의 모든 이목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쏠렸습니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2심 판결에 절차적,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상고했습니다.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결을 다시 한번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원점 회귀가 아니었습니다.

  • 파기환송 (재산분할): 대법원의 핵심 논리는 ‘불법성의 원천’에 있었습니다. 설령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 측에 흘러들어 갔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돈의 원천은 ‘뇌물’과 같은 불법적인 자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불법적인 자금을 통한 기여는 법이 보호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며, 이를 재산분할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불법을 통해 얻은 이익을 법적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다는 대원칙을 천명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 확정 (위자료): 다만,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최 회장의 부정행위로 인해 노 관장이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며, 2심이 책정한 위자료 20억 원은 역대 최고액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하다고 보고 확정했습니다.

5막: 남겨진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

대법원의 판결은 이 ‘세기의 이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제 소송은 파기환송심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계속됩니다.

  1. 새로운 재산분할 기준: 이제 서울고등법원은 ‘노태우 비자금’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를 다시 산정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30여 년간의 내조, 자녀 양육, 아트센터 나비 운영을 통한 사회문화적 활동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재산분할 액수는 1조 3,808억 원보다는 대폭 줄어들겠지만, 1심의 665억 원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2. 정경유착 역사의 단죄: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과거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었던 정경유착의 그림자를 법적으로 단죄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불법적인 정치 자금이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더라도, 이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3. 기업 지배 구조의 불확실성: 2심 판결로 인해 불거졌던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에 대한 위협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여전히 수천억 원대의 재산분할이 이루어질 수 있어, 경영권 안정에 대한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기업 총수의 개인사가 기업 전체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법적 다툼은 한 부부의 이별 이야기를 넘어, 법과 정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기업의 미래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파기환송심의 법정에서 양측이 어떤 새로운 논리를 펼치고 재판부가 어떤 최종 결론을 내릴지, ‘세기의 이혼’의 마지막 장은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FAQ 10문 10답

Q1. 그럼 두 사람의 이혼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건가요?
A. 이혼 자체는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위자료와 함께 이혼 청구를 확정했습니다. 현재 남은 핵심 쟁점은 ‘재산분할’의 규모와 방식입니다.

Q2. 2심의 1조 3,808억 원 재산분할 판결이 왜 대법원에서 뒤집혔나요?
A. 재산분할의 근거가 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이 뇌물 등 불법적인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불법 자금을 통한 기여는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Q3. 1심에서 말한 ‘특유재산’과 2심의 ‘공동재산’은 무엇이 다른가요?
A. ‘특유재산’은 한쪽 배우자가 혼인 전부터 가졌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로 취득한 고유 재산으로,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공동재산’은 부부가 결혼 생활 중 함께 노력해 이룬 재산으로, 기여도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됩니다. 2심은 SK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봤지만, 대법원이 그 근거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Q4. 앞으로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돌아가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립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비자금 기여 제외)에 따라 재산분할 액수를 다시 계산하게 됩니다.

Q5. 그럼 최종 재산분할 액수는 어떻게 될까요?
A. 2심의 1조 3,808억 원보다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1심의 665억 원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비자금을 제외한 노 관장의 다른 기여도를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6. 위자료 20억 원이 확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법원이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최태원 회장의 부정행위에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재산분할과 별개로 노 관장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성격입니다.

Q7. 법원이 ‘노태우 비자금’의 존재를 인정한 것인가요?
A. 2심 재판부는 비자금의 존재와 역할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존재 여부보다 ‘설령 존재하더라도 그 불법성 때문에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적 판단에 집중했습니다.

Q8. 이 소송은 총 얼마나 오래 진행된 건가요?
A. 최태원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시작되었으니, 대법원 판결까지 약 8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파기환송심까지 고려하면 10년에 가까운 소송이 될 수 있습니다.

Q9. 소송에 등장하는 ‘아트센터 나비’는 어떤 곳인가요?
A. 노소영 관장이 2000년부터 운영해 온 대한민국 최초의 미디어 아트 전문 미술관입니다. 이는 노 관장의 주된 사회적 활동이자 경력으로, 재산분할 기여도를 산정할 때 고려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Q10. 이번 판결이 SK그룹 경영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해야 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기 때문에 최 회장의 지배력에 대한 급한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수 있어, 경영권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 남아있습니다.

관련 링크

  1. 대법, 최태원-노소영 1.3조 재산분할 파기환송…뒤집힌 ‘세기의 이혼’ (한겨레)
    •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의 핵심적인 이유와 법리적 판단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합니다. ‘노태우 비자금’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심도 있게 다룹니다.
  2. [일지]최태원-노소영 결혼부터 이혼 소송 대법원 선고까지 (뉴시스)
    • 1988년 결혼부터 2025년 대법원 판결까지, 십수 년에 걸친 두 사람의 만남과 갈등, 그리고 소송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한숨 돌린 SK… 최태원, 그룹 리밸런싱 속도 (동아일보)
    • ‘세기의 이혼’ 소송이 SK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사입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SK그룹이 당면했던 리스크와 향후 경영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4. 이혼 시 재산분할 ‘특유재산’의 기여도 판단 기준은 (법률신문)
    • 이번 소송의 핵심 법적 쟁점인 ‘특유재산’과 ‘기여도’에 대한 법률적 해설을 제공합니다. 상속·증여 재산이 이혼 시 어떻게 분할될 수 있는지 법원의 판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5. 아트센터 나비, SK 떠나 새 공간 모색 (월간미술)
    • 소송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의 축이었던 노소영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가 SK서린빌딩에서 퇴거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의미를 다룬 기사입니다. 노 관장의 사회적 활동과 이번 소송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