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사정이 어려워서 월급이 조금 늦을 것 같아. 다들 조금만 이해해주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혹은 들어볼까 봐 가슴 졸이는 말입니다.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한 달을 버텼는데, 정작 그날 통장이 텅 비어있을 때의 허탈함과 분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카드값, 대출이자, 생활비 등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데 대놓고 불만을 표하기도, 그렇다고 섣불리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 속만 태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법은 이런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조금은 불공평했습니다. 임금체불에 대한 지연이자(연 20%)는 오직 회사를 그만둔 ‘퇴직자’에게만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재직자는 월급이 아무리 늦어져도 원금 외에는 아무런 보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권리였습니다.
하지만 2025년 10월, 이 불합리한 차별의 벽이 드디어 허물어집니다. 그동안 ‘그림의 떡’에 불과했던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 줄 재직자 임금체불 지연이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퇴사하지 않아도, 회사를 다니는 중에 월급이 밀리면 연 20%라는 강력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모든 근로자에게 주어집니다.

목차
1. 무엇이 문제였나?: ‘퇴사해야만 받을 수 있었던’ 지연이자
먼저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7조는 사업주가 퇴직한 근로자에게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 이후부터는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함께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퇴직 근로자의 생계를 보호하고, 사업주의 악의적인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강력한 장치였습니다. 문제는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퇴직한 근로자’로 명확하게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재직 중인 근로자는 다음과 같은 부당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 권리 행사의 제약: 월급이 한두 달 밀려도 법적으로 이자를 청구할 수 없으니, “기다려달라”는 사업주의 말에 하염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불공정한 선택 강요: 체불된 임금에 대한 정당한 이자를 받으려면 ‘퇴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는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근로자에게는 사실상 권리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 재직자에게는 지연이자가 발생하지 않으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급한 불(퇴직자 임금, 거래처 대금 등)부터 끄고 재직자 월급은 후순위로 미루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컸습니다.
2. 무엇이 바뀌나?: 재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연 20% 이자’
2025년 10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제 임금 지급일로부터 14일이 지날 때까지 임금을 받지 못하면, 그 대상이 퇴직자인지 재직자인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연 20%의 지연이자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월급날이 매월 25일인 직장인이 300만원의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 기존: 10월, 11월, 12월 월급이 계속 밀려도 참고 회사를 다닌다면, 이자에 대한 권리는 전혀 없었습니다.
- 2025년 10월 이후: 월급날(25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 날부터 연 20%의 이자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만약 1년 뒤에 밀린 월급 300만원을 받는다면, 원금 300만원에 더해 지연이자 60만원(300만원 X 20%)까지 총 36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아주는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더 이상 월급이 밀려도 참고 기다릴 필요 없이, 지연된 기간만큼의 손해를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이 변화가 중요한 진짜 이유
이번 법 개정은 단순히 ‘이자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 근로자에게는 ‘강력한 압박 수단’ 제공: 이제 재직자도 “월급이 밀렸으니 법에 따라 지연이자를 포함하여 지급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주에게 상당한 심리적,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하여 임금체불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도록 유도합니다.
- 사업주에게는 ‘상습 체불 방지’ 경고: 연 20%라는 이자율은 시중 은행의 어떤 대출 이자보다도 높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직원 월급을 미루는 것이 가장 비싼 ‘빚’을 지는 셈이 됩니다. 이는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임금체불을 예방하는 강력한 억제책이 될 것입니다.
- ‘일한 대가는 제때 받는다’는 사회적 상식의 확립: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우선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법 제도를 통해 더욱 굳건해졌다는 점입니다.
4. 만약 내 월급이 밀렸다면? (실전 대응 3단계)
2025년 10월 이후, 만약 월급이 밀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래의 순서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하세요.
- 1단계: 사실 확인 및 내용증명 발송 (선택사항)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등을 통해 원래 받아야 할 정확한 임금 액수와 지급일을 확인합니다. 이후, 구두로 지급을 요청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지급 임금 및 지연이자 지급 요청’에 대한 내용증명을 사업주에게 발송하여 공식적으로 권리를 행사했다는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 2. 단계: 고용노동부 진정 제기
사업주가 계속해서 임금 지급을 미룬다면, 관할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방문, 우편, 온라인(고용노동부 민원마당)으로 모두 가능합니다.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사업주에게 지급명령을 내리는 등 행정적인 해결을 도와줍니다. - 3. 단계: 법적 절차 진행 (민사소송)
고용노동부의 지급명령에도 사업주가 불응할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밀린 임금과 지연이자를 강제적으로 받아낼 수 있습니다.
결론: 아는 것이 힘, 당신의 권리 위에 잠자지 마라
2025년 10월부터 시행되는 재직자 임금체불 지연이자 제도는 대한민국 모든 근로자의 권익을 한 단계 끌어올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일한 만큼의 대가는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받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법이 더욱 튼튼하게 뒷받침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직장인 여러분, 이제 여러분의 손에는 더욱 강력한 법적 무기가 쥐어졌습니다. 부당한 임금체불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땀과 시간의 가치를 스스로 지키고,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FAQ 10가지
Q1. 2025년 10월부터 정확히 시행되는 건가요?
A1. 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2025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그 이후에 발생하는 임금체불 건부터 재직자에게도 지연이자가 적용됩니다.
Q2. 월급날 하루만 늦어도 바로 연 20% 이자가 붙나요?
A2. 아닙니다. 법에서는 임금 지급일로부터 ’14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월급날로부터 14일이 지난 그 다음 날(15일째)부터 연 20%의 지연이자가 계산되기 시작합니다.
Q3. 5인 미만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저도 해당되나요?
A3. 네, 임금 지급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은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동일하게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Q4.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도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4. 네,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고용 형태(정규직,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와 무관하게 모두 이 제도의 적용을 받습니다.
Q5. 회사가 정말 경영난으로 어려운 상황이어도 이자를 요구할 수 있나요?
A5. 네, 원칙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법에서는 천재지변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주의 임금 지급 의무를 면제해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영난은 임금체불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으며, 지연이자 지급 의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Q6. 지연이자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A6. 계산법은 ‘체불된 임금 X 연 20% X (체불일수 / 365일)’ 입니다. 예를 들어 300만원이 90일간 체불되었다면, 3,000,000원 X 0.2 X (90/365) = 약 147,945원의 이자가 발생합니다.
Q7. 이자를 받으려면 꼭 소송까지 가야 하나요?
A7.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해결됩니다. 근로감독관의 중재 하에 사업주가 밀린 임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Q8. 2025년 10월 이전에 밀린 월급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나요?
A8. 아닙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되지 않으므로, 2025년 10월 법 시행 이후에 발생한 임금체불 건부터 새로운 규정이 적용됩니다.
Q9. 월급이 아니라 상여금이나 수당이 밀렸을 경우에도 적용되나요?
A9. 네,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금품, 즉 기본급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상여금 등이 모두 ‘임금’에 포함되므로 동일하게 지연이자 규정이 적용됩니다.
Q10.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면 되나요?
A10. 가장 먼저 **고용노동부 상담센터(국번없이 1350)**에 전화하여 상담을 받거나, 직접 관할 고용노동청을 방문하여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에서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 공식 정보 확인 (관련 링크)
-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온라인 진정 제기)
- 링크: https://minwon.moel.go.kr/
- 설명: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때,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공식 창구입니다. 회원가입 후 사실관계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사건이 배정되고 절차가 진행됩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기준법
- 링크: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256795&efYd=20240529
- 설명: 이번에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의 원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3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등 관련 조항을 직접 읽어보며 자신의 권리에 대해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 링크: https://www.klac.or.kr/
- 설명: 임금체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민사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때,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